"올해는 어땠어요?" 어제 만난 오후서재 책방지기 지수님이 내게 물었다. 나는 "올해요? 엉망이었죠"라고 답했다.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대답에 서로 놀랐다. 나의 단호한 '엉망 선언'에 놀랐고, 이윽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엉망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니 "일이나 사물이 헝클어져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결딴이 나거나 어수선한 상태"라고 한다.
사실 내 인생이 엉망이 된 건 몇 년 전부터다.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왔고, 나는 버티고 버티다가 주저앉아버렸다. 놀랍게도 주저앉고 보니 마냥 슬픈 일은 아니었다. 여전히 웃음 가득한 순간들이 있었고, 내 곁엔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새롭게 발견한 것도 새롭게 느낀 것도 많았다. 엉망이 된 인생도 나의 인생이었다.
"손이 어는 것도 추억이지" 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 출연자가 했던 말이다. 추운 날씨에 상대방이 핫팩을 건내자 손이 어는 것도 추억이라며 거절했고, 이는 밈이 되어 SNS에 퍼져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웃는 말이 나에겐 격언처럼 들려왔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모든 게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꽤나 희망적이다. 추운 날씨를 탓하기보다 스스로 되뇌여보자. 손이 어는 것도 추억이라고.
벌써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다. "올해도 살아냈구나-"라는 실감이 가득하다. 어김 없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인다. 나 역시 치유와 회복의 시기를 거쳐 다시금 반짝이는 날들을 맞이할 거라고 믿는다.